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묻자 나는 주저 없이 ‘오이김치’라고 대답하기도 했다. 한여름 텃밭에서 갓 수확한 싱싱한 오이와 부추로 담근 오이김치야말로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음식이었다. 익은 오이의 새콤달콤한 냄새는 생각만 해도 저절로 입안에 침이 나온다. 그랬는데 요즘은 오이김치를 보면 고개를 젓는다. 왜 안 먹어? 오이김치 좋아한다면서? 아내가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밀어붙였다. “아직 오이김치가 한 통도 남았으니!” “…” 나는 음식에 별로 시끄러운 편이 아니다. 물론 아내는 아니라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신경쓰지 않아도 순식간에 불어나는 내 몸무게를 보면 내 말이 맞다. 하지만 아무리 음식이 까다롭지 않아도 누구나 같은 음식을 몇 달 동안 계속 먹어야 한다면 언젠가는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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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해는 오이 줄기를 2개씩 키웠는데 한 줄로 키울 때보다 수확량이 2배 늘었다.
5월 초 심은 오이는 한 달 정도 지난 6월 초순이 되면 열리기 시작한다. 우리 집은 당연히 수확한 오이로 제일 먼저 오이김치를 담근다. 처음에는 오이김치 맛에 황홀해하며 식사 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.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점차 그 행복감도 줄어들기 마련이어서 9월 초순경이 되면 오이김치는 쳐다보기도 싫어진다. 단순히 산술적인 계산을 해봐도 하루에 세 끼씩 90일에 270번 먹는다는 얘기니 요즘에는 내가 고개를 흔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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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 이상 오이김치를 담가본 적이 없어서 오이를 내버려두면 노각이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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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내에게 항의를 했다. “나도 지금은 배추김치가 먹고 싶다니까!” “요즘 배추 한 포기당 8천원인데?” 아내는 폭등한 채소값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모양이다. “저 흔한 배추가 8천원이나 해?”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헤치던 그 똥배추가 금백채가 되다니 참으로 요 지경이다. 그래도 추석이라고 애써 배추김치를 한 번은 얻어먹었지만 평소에는 따버렸을 푸른 잎까지도 모두 넣어 담근 김치였다. 그런데 그 배추김치도 거의 없어졌다. “지금은 배추 한 포기가 1만원이래!” 나보고 돈을 벌어오라는 건지, 텃밭에 자라는 배추가 커질 때까지는 배추김치를 먹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. 작년 가을에 담근 김장김치가 남아 있었다면 아쉽게도 견딜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김치가 물러나서 다 버렸으니 지금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. 그렇다고 오이김치를 또 먹고 싶은 마음도 없다.

한창 자라는 독신 무 10월 중순이면 수확할 수 있어.

우리 집 텃밭에 심은 배추는 수확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고 그래도 한 달 안에 수확할 수 있는 총각무를 매일 노려본다. 빨갛게 고춧가루에 버무려 익은 총각김치의 새콤달콤한 맛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맛이다. 예로부터 총각김치는 김장김치를 담그는 11월 말까지 우리 집의 주요 메뉴였기 때문이다. 요즘은 열심히 총각금에 힘쓰고 있다. 오늘도 총각무에 키토산액비와 영양제를 뿌렸다. 하루빨리 자라고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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